듀오

크리스마스에 쓰는 성혼 이야기

이상래/김신애 커플      [김지향 커플매니저]

첫 만남일 : 2020-11-23 결혼일 : 2022-11-26

2022년 현재 5천만이 훌쩍 넘는 대한민국 국민들, 남녀 성비는 거의 1:1, 덩달아 싱글 남녀를 타깃으로 하는 결혼정보 업체 수백, 수천 개가 전국에서 성업 중입니다. 반면에 결혼하기는 힘들어지고, 자의 반 타의 반 비혼 독신 가정은 늘어만 가고 있습니다.
“도대체 나의 짝, 나의 배우자는 어디에 꽁꽁 숨어 버린 것일까요?”

이번 겨울에는 폭설이 잦아 당연히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기대했습니다. 하지만, 맑고 화창한 가운데 한껏 기세를 올린 맹추위가 올 들어 처음으로 한강물을 얼려 버렸어요. 혼기를 앞둔 젊은 남녀들을 위해 날씨라도 도와야 하는데, 도무지 낭만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차가운 현실만이 덩그러니 놓여 있어 아쉬움이 큽니다.

아들 녀석이 스물여덟 살이니 어느새 저도 결혼 30주년을 훌쩍 넘겼지만, 아직도 예전 그때 중매로 남편을 만나 서로를 알아 가던 과정이 주마등처럼 스쳐 갑니다. 정년을 얼마 앞둔 지금 결혼정보회사 듀오의 고참(?) 매니저로 일하고 있지만, 젊은 리즈 시절의 아련하고 상큼한 기억들은 여전히 새록새록 피어납니다.

아마도 누군가의 평생 배필을 소개해 주는 커플매니저라는 직업 특성상 그럴 수도 있겠지만, 그렇기에 더욱 인생 선배로서의 책임감과 사명감으로 소임을 다하고자 매일매일 하루의 시작에 굳게 다짐을 합니다.

그때도 낭만이라고는 하나 없는 어느 겨울날 늦은 오후였습니다. 진눈깨비가 심하게 내려 모자며 옷이며 온통 젖은 모습으로 한 남자가 듀오 상담실에 들어섰습니다. 외고를 나와 대한민국의 훌륭한 장군이 되겠다는 꿈을 안고 공군사관학교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한 30세쯤 되어 보이는 건장한 장교였습니다. 원래 미국 웨스트포인트 육군 장교들은 폭우가 아닌 한 우산을 쓰지 않더라는 이야기를 문득 떠올리며, 젊은 육군 대위에게 여성 특유의 모성애를 한껏 느꼈습니다.

남성은 장래가 촉망되는 역량과 준수한 외모에 인기가 많을 것 같았지만, 그 즈음 젊은 여성들의 취향이 변해가면서 군인 아내로서의 삶을 꺼려하는 분위기 속에 인연을 만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었습니다. 아마도 잦은 근무지 이동과 대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연봉이 원인인 듯 보였습니다.

제가 결혼하던 시절만 해도 공무원들이 인기가 많았고, 저 역시 정부기관 경제 분야에서 일하는 공무원 남편과 결혼해 나름 나라를 위해 일한다는 공적 자부심과 함께 충분히 보상받을 만한 직업적 안정과 연금 등의 혜택을 누려 왔다고 생각합니다. 변화하는 세태 속에 여성들의 사고 방식이 점점 미래보다는 현재의 안락함만을 추구하는 것 같아 한편으로 안타까운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그렇게 녹록지 않은 상황 속에 1년 넘게 만남을 진행하며 마음 맞는 신붓감을 찾지 못하던 중, 프로필을 소개하며 다른 팀의 매니저들과 협업 단계로 넘어가자 급격한 반전이 일어나기 시작했습니다. 서울의 유수 대학 병원에서 근무하는 인턴 의사부터 임용고시 출신의 공립초등학교 영어 교사까지 그야말로 인기가 폭발하는 상황을 맞았습니다.
이런저런 행복한 고민 끝에 이 젊은 장교 회원은, 어느 좋은 날 남산의 한 호텔 예식장에서 영어 교사와 백년가약을 맺는 화촉을 밝혔습니다.

저도 초청을 받아 예식에 참석하였는데, 요즘처럼 크리스마스 시즌이 다가오면 그때의 감동이 되살아나며 잊을 수 없는 장면이 떠오릅니다. 장교 후배와 동기들이 제복을 차려 입고, 양쪽으로 도열해 그들의 자부심이 깃든 장검(6劍)을 높이 치켜 세워 지붕처럼 만든 그 길을 신랑신부가 통과해 세상 속으로 걸어 나가는 모습은 너무도 장관이었습니다. 여자인 저로서도 가슴이 벅찰 만큼 감동을 느꼈고, 인생의 선배이자 커플매니저로서 직업적 자부심을 갖는 순간이었습니다.

벌써 수년 전 일이니 지금쯤은 영관 장교로서 승진해 아이도 낳고 행복한 가정을 이루고 살겠지만, 모쪼록 늘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면서 멋진 인생 여정을 함께 보내시길 기원합니다.
진눈깨비에 온통 촉촉하게 젖은 채로도 빛이 났던 청년 장교에게!
듀오와 함께한 거의 2년 가까운 시간 동안 단 한마디 불편한 내색도 없이 커플매니저인 저를 믿고 기다려준 인내와 겸손에 깊은 감사를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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