듀오

적당한 내숭은 오히려 전략

여자들 앞에선 무릎이 깨지도록 다쳐도 대범한 척, 남자다운 척, 아무렇지 않은 척 넘어가던 남자도, 혼자 있을 땐 손톱에 가시만 들어가도 호들갑을 떨곤 한다. 겉으론 점잖은 척 뉴욕 타임즈를 읽던 남자도, 혼자 있을 땐 <플레이보이> 잡지나, 포르노 비디오를 몰래 보곤 한다.

뿐만 아니다. 남들 앞에선 다른 사람 흉 보는 게 너무 나쁜 짓인 것처럼 혼자 착한 척 다 하던 여자도, 자기들끼리 있을 땐 옆에서 듣기 겁날 정도로 난도질을 해댄다. 남자와 있을 땐, 머리 위에 후광이라도 빛날 것처럼 천사같이 굴던 여자도, 그 남자의 시선이 닿지 않는 곳에선 찌를 듯이 날카로운 손톱을 갈고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 누가 알겠는가. 샐러드밖에 먹지 않던 여자가, 알고 보니 자기 침대에 누워 아이스크림에 숟가락을 파묻고 퍼먹는 모습을 하고 있다고 말이다. 또, 종이 한 장 흐트러지면 큰일 날 듯, 깔끔을 떨던 여자가, 알고 보니 자신의 침대 옆에 높이 쌓인 잡지책들이 피사의 사탑처럼 쓰러질 듯 놓여있다는 모습을 말이다.

아마도, 이런 모습은 알고싶지도 않을 것이고, 왠만하면 알게 하지 않는 것이 좋다. 이것 또한, 상대방을 배려하는 마음에서이다. 이런 행동들을 모두다, 솔직하다는 이유로 상대방에게 보인다면, 그건 솔직하다기보다는 뻔뻔스럽다는 표현을 쓰는 것이 더 적절할 것이다.

사람들은, 그 누구라도 두 얼굴을 갖고 살기 마련이다. 사랑하는 사람 앞에선 솜사탕보다 더 부드러운 말들을 쏟아내다가도, 운전대를 잡으면 험한 말들이 저절로 튀어나오기 십상인 것처럼, 나도 모르게 갖고 있는 또 다른 나의 모습을 종종 발견하고 깜짝 놀라게 된다.

하지만, 어떤 일을 당해도 똑같은 얼굴과 똑같은 표정을 지을 수 있다는 건, 더 무서운 일이란 생각이 든다. 그만큼 자신을 잘 컨트롤 할 수 있다는 것은, 아무래도 크레믈린처럼 속을 알 수 없는 사람으로 비춰질 수 있기 때문이다.

때론 웃는 얼굴로 슬픔을 위장할 줄도 알고, 미소로 미움을 감춰둘 수도 있기 때문에, 사람이란 존재가 더 사랑스러운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더 좋은 모습을 보이고 싶은 건 당연하지 않은가. 속된 말로, 누드 달력을 만들 때도, 완전히 발가벗은 여자들의 사진보다는, 살짝 속옷을 입힌 사진이 더 인기가 좋다고 한다.

뭐든지 너무 발가벗겨진 상태로 나를 내보이는 건 위험하다. 상대방이 나로 인해 가질 수 있는 사랑의 환상을 깨뜨리는 무례한 행동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내숭’ 이란 건, 사랑스러운 당신을 만드는 데 필수적이란 걸 명심하라. 감출 건 감추고, 내보일 건 내보이는 게 21세기형 사랑의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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