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프로포즈에 선물이 빠진다면 단팥 없는 찐빵과 같을 것이다. 거창한 프로포즈나 선물이 아니더라도, 충분히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소박하고 진실된 선물들이 많이 있다. 혹시라도, 맘속에 다이아몬드나 진짜 비싼 유명 브랜드 정도가 아니면 프로포즈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당장 생각을 고쳐먹어라. 구리반지 하나를 나눠 껴도 행복할 수 있는 게 바로 ‘사랑’이니까.
그간 커플들을 맺어 주면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들이 많았지만, 그 중 선물로 인해 뜻하지 않은 오해를 가까스로 풀고 결혼에 골인한 커플의 에피소드는 잊혀지질 않는다.
“이번 화이트 데이에는 멋진 남자에게 쵸코렛을 받을 수 있겠죠? ”
초등학생을 가르치는 선생님답게 애교 있는 목소리로 귀엽게 보채는 여성 회원이 있었다.
“아이들을 좋아하고, 다양한 화제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공무원이나 선생님을 만나보고 싶습니다.”
예의 그 자상하고 멋진 목소리로 점잖게 원하는 여성상을 말씀하시는 남자분이 나타났다. 이 두 분은 추위가 채 가시지도 않은 3월 12일에 그 운명적인 만남을 가졌다. 첫만남에서부터 두 분은 밝고 환한 모습, 자상한 목소리와 사려 깊은 태도에 서로 호감을 가졌고, 집도 같은 방향이라 11시가 넘도록 이야기 꽃을 피웠다고 한다.
3월 14일, 남서 회원은 하루종일 오늘 어떻게 보낼까 궁리를 했고, 급기야는 커플매니저인 나에게 도움을 청해 왔다.
“오늘 화이트데이라 꽃다발과 쵸콜렛을 준비하려고 하는데, 여성 분이 부담 느끼시지 않을까요? 첫만남 후 첫 데이트인데...”
쑥스러워하는 그에게는 용기가 필요한 듯 했다. “두 분 다 서로에게 호감을 갖고 있는 것 같은데 무슨 걱정이세요? 적극적으로 나가시면 좋은 만남이 계속 이어질 것 같네요. 한 번 멋진 하루를 만들어 보세요”라고 말씀 드렸고, 서로 파이팅을 외치며 통화를 마쳤다.
다음 날 나는 그 커플이 어제 하루를 어떻게 보내셨을까 궁금하여, 출근하자마자 여자분께 먼저 전화를 드렸다.
“뭐 재미있는 일 없으셨어요?”
“네? 아… 네... 저희 반 남자아이들에게 조그마한 초콜릿 2개를 받았어요. 얼마나 포장을 예쁘게 했던지 너무 아까워서 아직 포장을 풀지도 못했어요“
“아...그러세요? 또 다른 일은...?”
뭔가 멋진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의외의 대답을 듣고는 이상한 생각이 들어 바로 남성 분께 전화를 드렸다.
“어제 이벤트는 성공적으로 끝나셨나요..?”
다급한 마음에 자초지종을 물어보았더니, 사연은 이러했다.
멋진 커피숍에서 만난 두 사람. 여성 분이 잠깐 화장실에 가신 사이에 열려진 가방 사이로 ‘사랑합니다’라는 글과 함께 하트 모양의 꽃이 부착돼있는 예쁘게 포장된 선물이 남성 분의 눈에 들어왔던 것이다. 잠시 후 그녀가 다시 돌아왔고, 남자분은 애써 표정 관리를 해 가며 어색한 시간을 이어갔다. 그녀를 놀라게 해주려고 차 안에 초콜릿과 꽃다발을 숨겨 두었던 남성 회원의 실망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 얘기를 듣는 순간, 아까 여성 회원이 제자들로부터 받았다는 초콜릿이 생각났다. 사건은 이러했다. 남자분은 준비를 잔뜩 하고 갔으나 오해를 하고 실망을 감추지 못했으며, 여자분은 많은 기대를 하고 약속 장소에 나갔는데 남자가 별 말이 없자 실망을 하고 돌아왔던 것이다.
모든 상황을 파악한 이상,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다. 투철한 직업의식을 십분 발휘해서 바로 남성 분께 전화를 드렸다.
“하하.. 정말 멋진 여성 분을 만나셔서 좋으시겠어요. 그 여자분이 얼마나 인기가 좋은지,어제 꼬마 신사들이 멋진 선물을 안겨드렸다고 하네요.“
늦가을 어느날, 두 분은 좋은 소식과 함께 그 사연 많은 초콜릿과 꽃다발을 함께 보내오셨다. 작은 오해로 인해 인연이 닿지 않을 수도 있었던 예전의 경험을 기억하시고, 앞으로도 살아가시면서 사소한 오해로 인한 어긋남이 없이 편안하고 이해심이 풍족한 결혼생활을 하시길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