듀오

사랑의 언어가 픽토그램이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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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공항에 갔다 어느 에스컬레이터 옆에서 픽토그램 무더기와 마주쳤다.
적힌것이라곤 숫자와 그림들 뿐인데, 어떤 말도 필요 없이 그 의미들을 알아볼 수 있었던 커다란 표지판.

남녀의 언어도 이렇게 쉽다면 어떨까.

그랬다면 서로 가까워지기 전에 하는
"다시 연락드릴게요"라든지,
"성격 참 좋으시네요",
"남자친구가 많을 것 같네요"같은 말들을 좀더 쉽게 알아들을 수 있지 않을까?

혹은 연인 사이에 하는
"니가 좋아하는거 아무거나"
"우리 이야기좀 해"
"나 화 안났는데"따위의 말들에 담긴 의미를 잘 알아 들을 수 있었을까.

안타깝게도, 남녀의 언어는 섬세한 인코딩과 디코딩 과정이 필요하다.

얼마전 만났던 내 친구는 헤어진지 1년이나 된 옛 남자친구에게 연락을 받았다고 한다.
그는 전화를 하다 불쑥, "나는 우리가 다시 함께 할 수 없을거라 생각하는데, 너도 그렇지?"라는 말을 했다고 한다.
친구는 별 대답없이 전화를 마쳤고, 대체 저게 무슨 말인지 몰라 남자인 내게 꼭 듣고 싶다고 면담을 요청해 왔다.

내가 이해하는 범위 안에서 남자의 심리을 이렇게 저렇게 설명을 했지만,
그녀는 여전히 자신의 언어로 나의 해석을 받아들이고 있었다.

나와 친구는 별 소득 없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그렇게도 열심히 남자의 심리에 대해서 설교를 늘어놨던 나는,
그녀가 마지막에 뱉은 '남자는 다그래'라는 말에 담긴 칠만삼천오백가지의 의미에 대해 아직도 고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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