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깨달음은 뒤늦게 찾아온다고 한다. 이삿짐을 다 싸놓고 중국집에 볶음밥을 시키고 나서야 냉장고 안의 김치생각이 나고, 그 남자가 나 좋다고 따라다닐 땐 팍팍 무시하다가 뒤돌아서 가버리면 그제서야 땅을 치고 후회를 하기 마련이다. 백 번쯤 선을 보고 난 뒤에 그래도 첫 번째 여자가 제일 나았음을 깨닫고 연락을 해보면 벌써 한 아이의 엄마가 돼있는 경우도 종종 찾아 볼 수 있다.
왜 사람들은 꼭 놓치고 난 후에 후회를 하는 걸까. 그래서 순간순간 정신을 바짝 차리고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나, 남녀관계에 있어서는 더더욱 그렇다. 때를 놓쳐선 안 된다.
지난 11월에 열린 ‘11월의 크리스마스’ 미팅이벤트에 참가했던 여성회원이 있었다. 평소 워낙 차분한 성격이라 차갑게까지 느껴지는 인상이어서 상대방과 잘 어울리실지 걱정이 많았었는데, 당시 이벤트에서 그분이 커플이 되셨다. 더욱이 상대 남자분도 굉장히 점잖고 말이 없는 분이어서 참 의외였다. 얌전한 고양이 부뚜막에 먼저 올라간다는 속담이 언뜻 뇌리를 스치게 하는 의외의 한 쌍이었다.
그 후에 몇 번 두 분께 전화를 했는데, 두 분 다 그 날로 끝이었다고 하는 것이 아닌가. 아니, 이건 또 뭐란 말인가. 양철냄비와 같이 쉽게 달아오르고 쉽게 식어버리는 가벼운 사람들이었나 싶기도 했다. 한편으로는 실망을 하면서 다른 분과의 미팅을 진행해 드리려고 얼마 후 다시 전화를 했더니, 여성 회원이 말씀하시길, “너무 놀라지 마세요! 저 사실은 그 때 그 이벤트에서 만난 남자분이랑 사귀고 있어요.” 하는 것이 아닌가.
이렇게 여러 번 뒤통수를 치는 커플은 아마 처음이었던 것 같다. 알고 보니, 이벤트 이후 내가 두 사람에게 했던 몇 통의 전화가 마음을 움직였던 것이다. 남자분이 겸연쩍게 웃으며 얘기를 했다.
“선생님께서 자꾸 전화를 해서 여자분에 대해 물어보시니까, 생각이 나더라구요. 그래서 먼저 용기 내서 전화했죠, 뭐!”
비록 전화 상이었지만, 쑥스러운 한편 행복해하는 그 남자분의 표정이 보이는 듯했다. 둘 중 하나가 용기를 내지 못했다면 소중한 인연을 놓칠 뻔한 경우였다.
프로포즈의 기회는 계속 오지 않는다. 단 한번 뿐일 수도 있다. 그 남성 회원은 가장 적절한 때, 가장 확실한 한 방을 날린 경우로 내 기억에 오래도록 남을 것이다. 뒤통수를 쳐도 이런 일로 친다면 앞으로도 얼마든지 맞을 의향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