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의 자녀 거부하는 분위기, 전결혼에 대한 보상심리 때문
한해동안 헤어진 부부가 십년 전에 비해 2배 이상 늘어났다. 우리나라도 두 커플이 혼인신고를 할 때 한 집에서는 이혼서류를 쓰는 '이혼공화국'이 된 셈이다. 이혼 급증은 곧 재혼 희망자도 몰릴 것임을 의미한다. 재혼에 대한 사회적 타부도 약해져 이혼건수가 늘어난 만큼 재혼건수도 증가했다. '제2의 인생'을 설계하는 것은 환영할 일이지만, 문제는 모든 재혼의 결말이 '해피엔딩'이 아니라는 것이다. 불행이 계속될 수도 있다. 초혼보다 재혼자 이혼율이 더 높다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한다.
재혼의 가장 큰 걸림돌은 '자녀'다. 결혼정보회사를 찾는 남성 10명 중 7명 이상이 상대방 자녀 맡기를 거부한다. 심지어 일부는 출산 경험이 없는 여성을 원한다. 요즘에는 여성의 경제력 향상으로 엄마가 아이를 키우는 경우가 많은데, 남성들의 이런 잣대를 따른다면 재혼 여성은 양육권을 포기하라는 소리다. 이 난해한 문제에는 '1+1=4+α'라는 재혼가정 행복공식을 대입하면 답이 보인다. 재혼 회원 중에 각각 아들과 딸을 키우던 남녀가 결합해 금실 좋은 부부와 다정한 오누이가 사는 완벽한 가정을 꾸린 것을 보았다.
당사자가 아닌 자녀의 재혼 반대도 장애 요인이다. 콩쥐팥쥐, 장화홍련, 신델렐라 같은 계모가 전처 소생 자녀를 괴롭히는 내용의 동화 탓인지 계부모는 여전히 편견의 대상이다. 2년 전 재혼한 P씨 부부는 이런 난관을 지혜롭게 극복한 사례다. 두 딸을 키우던 P씨는 J씨와 재혼하기로 약속했는데, 막내딸이 거부감을 보였다. 둘은 재혼을 서두르는 대신 '가족 역할 연습'부터 시작했다. 방학을 이용해 가족 여행을 다니고, 새 학기 준비물 마련도 같이했다. 노력 끝에 막내딸의 결혼 허락이 떨어졌다. 아빠와 새 엄마 사이의 따뜻한 사랑이 딸에게 감염된 것도 한 성공 요인이었다. 재혼가정은 부부 사이의 애정 지속력이 가장 중요하다. 부부가 행복한 모습을 보이면 자녀도 자연스럽게 계부모를 받아들인다.
재혼을 로또 1등 당첨처럼 인생 대역전의 기회로 삼으려는 발상도 위험하다. 많은 재혼 희망자들이 전혼(前婚)에 대한 보상심리를 갖고 있다. 남성들은 재혼 상대가 전처보다 어리고 예쁘기를, 여성들은 전 남편보다 더 많은 돈을 벌기를 바란다. 재혼에 대비해 남성들은 비자금을 마련해 놓고, 여성은 미모를 가꾸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다.
K씨는 3년 전 전 남편의 사업실패로 이혼했다. 그 후 몇 명의 재혼 상대를 만났으나 이내 헤어졌다. 남성의 재산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게 그 이유였다. 그녀는 또다시 실패할까봐 두렵다고 고백했다. 과거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으려는 다짐은 좋지만 재혼으로 모든 상처를 덮으려는 생각은 금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