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만남의 흥분이 채 가라앉지 않은 상태에서 집으로 돌아왔다면 그 다음에는 무엇을 할 것인가? 아까 만난 상대방의 얼굴 생김새를 다시 떠올려보겠는가. 아니면 실수했던 일들을 떠올리며 얼굴이 새빨개지겠는가. 어떤 것이 됐건, 반드시 만남의 뒤엔 차근히 돌아보는 시간이 필요하다.
어느 방송작가는 잡지를 볼 때, 한번 죽 읽은 다음에 다시 뒤에서부터 한번 더 본다고 한다. 그렇게 하면 앞에서부터 읽을 때 놓치고 넘어갔던 기사나 글을 새삼스럽게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와 혹은 그녀와 함께 있을 때, 당황해서 미처 발견하지 못했거나 눈치채지 못했던 일들이 있었는지 곰곰이 생각해보라.
그렇게 찬찬히 되짚어 볼수록 기억이 새록새록 즐거워질 것이다. 그가 밥을 먹을 때 물을 먼저 마시는지 밥을 다 먹고 물을 마시는지, 그가 초조해 할 땐 손톱을 물어뜯는지 시계를 만지작거리는지, 그가 웃을 땐 눈웃음을 치는지 목젖이 보이도록 입을 크게 벌리는지…. 그런 것들을 기억해낼 수 있겠는가?
그녀가 커피를 마실 땐 프림 없이 설탕만 넣는지 아무것도 안 넣고 마시는지, 그녀가 바르고 나온 립스틱은 베이지색이었는지 반짝이는 립글로즈였는지, 그녀가 웃을 땐 손으로 입을 가리고 웃는지 손뼉을 치며 웃는지, 그런 것까지 모두 기억해낼 수 있겠는가?
관심이 허락된다면 상대방의 많은 부분들을 기억에 담아두었을 것이다. 만약 시간이 허락한다면 상대방의 얼굴을 종이에 그려보라. 잘 그릴 필요는 없다. 자신의 느낌을 살려서 인상 깊었던 부분부터 강조해서 그려보라. 그리고 시간이 지난 어느 날 아직도 그 사람과 만나고 있다면, 그때 당신이 그려 두었던 그림을 보여 주며 그 당시의 추억에 젖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듀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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