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으로 사랑을 살 수 있다고 믿는 많은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커플매니저를 하면서 느낀 것은 돈으로 사랑을 사는 사람보다 돈이라는 매개로 자신의 마음을 적절하게 표현할 줄 아는 사람의 성혼가능성이 크다는 사실이다. 돈이 많냐, 적으냐가 아니라 돈을 쓸 줄 아느냐, 쓸 줄 모르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점이다.
"선생님, 다음부터는 제발 쫀쫀한 남자는 소개 시켜 주지 마세요!"
미팅을 마친 여성회원이 전화를 걸어 대뜸 한 말이다. 갑작스런 원망에 무슨 일인가 사연을 물었다. 사연은 이러했다.
첫만남 장소였던 까페에서 차를 마시고 나올 때 남성쪽에서 말을 건네왔다. "저녁은 제가 살 테니 커피 값은 좀 내주세요" 라는 그의 부탁에, '차 값 정도야' 하는 가벼운 마음으로 계산을 하고 나오게 되었다.
기대했던 대로 근사한 곳에서 평소에 먹어보기 힘들었던 식사를 마치고 기분 좋게 장소를 옮기려는 순간이었다. 카운터에서 옥신각신하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되었다.
"어! 이 카드가 한도 초과라구요? 그럴 리가 없는데...그럼 다른 카드로 하죠."
그렇게 몇 개의 카드가 사용할 수 없는 카드라는 것을 확인한 후, 결국 저녁 값도 그녀가 계산할 수밖에 없었다.
첫만남에서, 자신의 최고모습을 보여줘도 시원찮을 판에, 상대방에게 이런 결례를 범했다는 것은, 아주 커다란 실수 중의 하나다. 카드에 이상이 있을 것을 예상하여, 현금이라도 넉넉히 가져갈 수 있는 준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아니라면, 여성에게 정중히 사과하고, 다음날이라도 반드시 보답을 할 수 있는 매너 정도는 기본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게다가 이런 경우, 상대방의 당황하는 맘을 계산해서라도 자신이 화를 내서는 안 되는 법이다. 자신의 당황스러운 감정을 조절해서 상대방을 먼저 안심시키는 것이 돌발사태에 대한 준비된 마음자세라고도 할 수 있다.
이런 경우가 아니더라도 우연히 현금을 쓰게 될 경우가 있을 수 있으니 현금을 충분히 준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9번째 미팅을 주선 받았던 남성회원이 이메일을 보내왔었다.
'저 이제 미팅 그만 해주셔도 될 것 같습니다! 저 돈으로 매수 당했거든요'
무슨 소리일까? 돈으로 매수 당하다니? 그 여성회원이 재벌의 딸이 아니란 건 내가 더 잘 알고있는 사실이었다.
여성회원과 나이차가 좀 나서 언뜻 망설였지만, 취미가 쉽지 않게도 스타크래프트 게임으로 일치하는 것이 심상치 않아서 소개를 해주었던 회원이었다. 일요일 낮에 처음 만난 두 사람은 미팅을 가지자마자 식사만 하고 곧 바로 pc방으로 직행을 했다. 게임을 정신없이 한지 7시간 째. 날은 이미 어두워지고 배가 고파 저녁식사를 하러 나서기 위해 계산대 앞에 섰는데, 이게 웬일인가! 게임에 너무 집중했던 탓인가? 남자는 흔적도 없이 사라진 지갑에 순간 얼굴이 빨개지고, 두 손엔 식은땀까지 났다고 한다.그런 그를 보면서 그녀는, 침착한 모습으로 마치 엄마나 되는 듯이 계산을 마치고 나와서는, 레스토랑으로 향하면서 말했다고 한다.
"자, 제 카드 받으세요! 오늘은 제가 풀코스로 책임질게요. 이따가 맛있는 거 먹구 계산은 그 카드로 하세요!"
이렇듯 상대를 배려하는 따스한 마음과 재치에 넘어가지 않을 남자가 어디 있겠는가. 돈이 사랑을 얻을 수 있는 전부는 아니지만, 마음을 표현할 수 있는 중요한 수단 중의 하나임은 분명하다. 어떤 사람은 음식 값을 내고도 퇴짜를 맞고, 또 어떤 사람은 음식 값을 내지 못하고도 멋진 사랑을 얻기도 한다. 그 비결은 바로 사후 처리 능력에 달려 있다. 돌발 사태에 당황하지 않고 얼마나 재치 있게 넘길 수 있느냐 하는 것은, 마음이 있어야 가능한 일 아닐까!
위의 쫀쫀한 남자뿐만 아니라, 첫만남에서 가장 금기 시 되는 행동을 남발하는 남성들도 간혹 눈에 띈다.
정말 기억에 남았던 한 또 한 명의 회원의 얘기다.
그날도 어김없이 주선했던 미팅결과 체크차 여성회원께 전화를 드렸다.
그런데, 그 여성회원은 전화를 받으시자마자, 투덜투덜 불만이 많으신 듯했다.
실망에 가득 찬 목소리로 그때 상황을 물었더니, 자초지정을 말씀하셨다.
"아니, 세상에...그 사람 참 웃기더라구요! 퓨전 레스토랑에서 가자미 요리를 먹고, 멋있는 까페에서 화이트 핫쵸코를 권해주었던 것까지는 너무 좋았는데, 계산을 할 때마다 느닷없이 주머니에서 쿠폰을 꺼내는 거예요. 요즘 인터넷에 웬만한 쿠폰 구하기는 정말 쉽지만, 그것도 다 쓰는 용도와 때가 있는 거죠. 원래 쿠폰을 먼저 제시해야 하는 건데, 나중에 대뜸 내서 약간의 소란 끝에 할인 받긴 했지만, 나 참 초면에 좀 그렇더라구요!"
그분처럼 알뜰한 것은 참 좋은 일이다. 돈을 헤프게 쓰는 요즘 젊은 사람들을 생각할 땐, 알뜰한 사람들에게 박수를 보내줘야 할 일일 것이다. 하지만, 첫만남에서부터 쿠폰을 남발하는 태도는 쫀쫀해 보일 수도 있다. 때와 장소에 맞게, 알뜰함을 서서히 보여주는 지혜도 하나의 전략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