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은 겉보기엔 무척 교양 있고 점잖으셨던 한 어머니께서 전화를 하셔서는, “아가씨, 괜찮은 거 나왔어?” 하시는 게 아닌가. 당황한 내가 “괜…… 괜찮은 거라요?”라고 되묻자, 어머니께서는 슬며시 웃음을 흘리시면서 “에이, 다 알면서 왜 그래!” 하시는 거이었다. 사람이 졸지에 부동산 매물이 돼 버린 순간이었다.
일부 어머니들은 ‘듀오’의 커플 매니저들을 뚜쟁이와 같이 생각하는 경우가 있다. 웃돈 얹어 주고, 감언이설과 적당한 배팅으로 사람과 사람을 서로 사는 뚜쟁이들을처럼 생각하는 분들은 이런 말을 쉽게 내뱉곤 한다. 이럴 땐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고민이 될 때가 많다.
“그럼요, 물건이 아주 좋아요! 싱싱하고 비싼 거예요. 돈 쓰실 준비는 되셨죠?”
이렇게라도 대답해야 자연스러운 대화가 이어질 수 있는 건지. 하여간 어머니들이 며느릿감이나 사윗감을 물건 취급하는 이상, 자식들이 제대로 된 사람과 결혼할 수 있는 확률은 아주 적다. 사람과 물건을 어떻게 결혼시킬 수 있단 말인가.
자식의 부족함을 돈으로 메워 보려는 마음이 있는 사람들은 커플 매니저를 찾지 말고 뚜쟁이에게 가기를 바란다.
얼마 전, 정도가 지나친 자식 사랑이 자녀를 되려 힘들게 한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실감한 일이 있었다. 집안 좋고, 학벌 좋고, 결혼 조건을 거의 완벽하게 갖춘 여성 회원이 있었는데, 부모님의 말씀을 잘 듣기로도 유명했다. 그녀는 미팅 때마다 부모님의 사전 점검이 없이는 절대 나가는 일이 없었다. 그렇게 힘들게 두 번의 미팅이 끝나고, 세 번째 미팅 상대자를 찾고 있었는데…… 매니저가 주선한 남성 회원은 KAIST 출신의 연구원으로 대부분의 조건이 평범 이상이었지만, 단 하나 키가 좀 크지 않았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평균 이하도 아닌 172cm의 보통 키였지만 여성 회원 어머니의 기준에서 보면 턱없이 작은 키였다. 여성 회원은 미팅을 희망하는 눈치였지만 어머니는 일언지하에 미팅을 거절하였다. 키가 좀더 큰 사람으로 해달라는 거였다.
‘어머니, 이상형은 단지 이상형일 뿐이에요. 완벽한 사람은 그 어디에도 없습니다. 조금 모자라는 부분이 있다면 그것은 사랑으로 채워 나가는 것이지요. 제발 그걸 알아주셨으면 좋겠네요’난 속으로만 애타게 말할 수 있을 뿐이었다.
이렇게 좋은 기회를 없애는 부모님들 때문에 사실 회원들은 몹시 힘들어 한다. 또 부모가 너무 나서면 정작 결혼 당사자는 장승처럼 서서 수동적으로 움직이게 된다. 부모님의 치맛바람과 외투 바람이 영원히 자신을 보호해 둘 거라 믿기 때문이다. 하지만 성인이 될 용기가 없는 사람은 제발 결혼할 생각도 하지 말길 바란다. 사랑 받는 부인이나 존경 받는 남편이 되고 싶어하는 사람은 있어도, 배우자의 어머니나 아버지가 되려고 할 사람은 없을 테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