듀오

결혼의 열쇠는 깍두기

결혼을 앞두고 유독 부모와 자식 간의 다툼이 잦아지는 이유는 뭘까!
“니가 결혼해서, 꼭 너 같은 자식 하나만 낳아서 길러봐라!”
“엄마가 내 인생 대신해서 살아줄래요?”
이 모든 대화들은, 결혼 전에 일어나는 팽팽한 신경전이라고 할 수 있다. 좀더 편한 결혼생활을 시작하길 바라는 부모님의 애타는 심정과, 자신의 주장과 느낌대로 결혼하려는 본인사이의 갈등은, 아무리 해도 그 거리가 좁혀지질 않는다.
상담을 하러 듀오에 처음 방문하러 오셨던 한 남성회원이 계셨다. 그 분은 본인보다 어머님이 더 적극적으로 찾아오셔서 아드님의 결혼을 부탁하셨는데, 전화통화 후, 처음으로 듀오에 오셨을 때의 일이다. 그 어머님이 가입상담 후, 잔뜩 기대감을 가지고 문을 나서는 순간에, 엘리베이터에서 한 여성이 다소곳이 내리셨다. 그걸 보고 어머님은 엘리베이터 탈 생각은 잊으신 채, 한동안 멍하니 그 분을 돌아보시는 거였다. “어머님, 아시는 분이세요” 하고 묻자, 어머님께서는 그제서야 “아! 예, 나는 그냥 하도 예뻐 보여서....우리 아들도 저런 색시 데려오면 얼마나 좋을까...하구! 탐이 나네...” 이렇게 말끝을 흐리시는 데서, 어머님의 이상형을 단번에 알아낼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여성은 다름아닌 듀오 직원이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 아직까지 우리 부모님들은 그저 참하고, 모자라지도 넘치지도 않는 아담한 며느리를 좋아하시는구나! 다시 한번 실감하게 되었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아드님의 이상형은 늘씬하고 도회적인 여자였다. 이일을 어쩐단 말인가!

이번에는 그런 부모 자식 간의 갭을 줄이는 방법을 소개해 보겠다.
2주전, 어머니와 두 손 꼭 잡고 듀오에 찾아와 회원이 된 H양의 경우다. 두 모녀가 상담실에 찾아와 대화의 분위기가 무르익을 무렵 늘 하던 것과 같이 원하는 상대의 스타일을 여쭤보기 위해 말을 꺼내는 순간이었다. H 양의 어머니는 핸드백에서 조심스레 메모를 꺼내셨다. 또 뭘까! 평상시 원하는 상대에 대한 조건이 특이한 사람들을 너무 많이 봐 오던 터였지만, 이렇게 손수 워드 문서로 깨끗하게 뽑아오시다니. 종이에는 H양이 원하는 신랑감의 조건이 왼쪽에, 어머님이 원하시는 조건이 오른쪽에 단정하게 나열돼 있었고, 너무도 상이한 조건의 양대 산맥에 당황하는 나의 표정이 채 나타나기도 전에 H양의 어머니가 입을 여셨다.
“얘랑 나랑 보는 눈이 너무 틀리니깐, 선생님이 깍두기 하나 소개해 주세요. 우리 둘 다 맘에 드는 사람으로요.”
H양은 외모가 수려하고 말 수 적은 차승원 같은 스타일을 원했고, 어머니는 서글서글한 공무원 사윗감을 원하셨다. 이게 무슨 운명의 장난이란 말인가! 그 중간 점의 남성을 찾아야 한다니. 결국 내가 첫 회에 소개해준 비장의 깍두기는, 둥그런 인상에 섹시한 눈을 가졌다고 판단된 정신과 레지던트 1년 차의 S씨였다. S씨는 자신이 깍두기인 줄은 전혀 몰랐을 것이다. 이 글을 빌어, 죄송하단 말을 전하고 싶다. 이상하게도 S씨의 조건은 두 모녀의 신랑감 리스트에서는 다 비껴갔는데, 미팅이 끝난 후, H양의 어머니에게서 걸려온 전화내용은 뜻밖이었다.
“선생님, 그 깍두기 진짜 괜찮습디다. 고마워요!”
이런 것이 우리가 윤리시간에 배웠던 정반합의 원리를 보여주는 것일까. 세상은 조금만 다르게 봐도 새로운 색깔로 다가오게 돼있다. 인생을 얼마나 살았다고,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접해봤다고, 이 사람은 되고, 안 된다는 식의 흑백논리를 펼 수 있단 말인가.
역시, 결혼은 깍두기 맛이 제일이다. 깍두기로 점수 딴 기분도 제법 삼삼했으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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