듀오

운명을 믿으십니까?

영화 <첨밀밀>은 안 본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한 로맨틱 영화의 기본교재다. 중국 본토에서 홍콩으로 건너 온 한 여자와 남자. 그들은 가장 밑바닥 생활부터 서로를 지켜보며, 세월을 이겨 낸다. 하지만 결국 서로에게 사랑을 고백하지 못하는 두 사람. 서로를 찾기 위해 헤매는 그들의 모습은 ‘만날 사람은 어디서든 만날 수밖에 없다’는 피천득의 인연론을 떠오리게 한다. 이 영화를 보며 사람들은 가슴 아파한다. 심지어는 연방 휴지를 꺼내 눈물을 찍어내는 사람들도 있다.
불교에서는 ‘부부의 인연을 맺으려면 전생에 7천 겁의 인연이 쌓여야 한다’고 말한다. ‘겁’은 불교에서 말하는 시간의 단위이다. 1겁은 사방 60리의 성 안에 겨자씨를 가득 부어 놓고 1억 년에 한 알씩 옮긴다고 가정했을 때, 그 겨자씨가 모두 없어지는 시간을 말한다. 배우자의 인연이란 이렇듯 귀하고 무거운 것이란 말일 것이다. 그래서인지 배우자가 될 사람끼리는 처음 본 순간부터 언젠가 만난 듯한 친근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분명 어디선가 한 번쯤 만난 느낌이라든가, 10년 된 친구처럼 만나자마자 말이 술술 통한다든가, 그녀의 눈웃음이 너무나 친밀하게 느껴진다. ‘앗! 바로 이 사람이다’라는 그 느낌. 아마 배우자를 고르는 데 있어서 그 어떤 조건보다도 중요하게 작용할 것이다.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았던 KBS 드라마 중 <가을동화>라는 것이 있었다. 여자 주인공인 송혜교가 원빈에게 이런 말을 한다. “나를 사랑하는 이유를 세 가지만 말할 수 있다면, 오빠가 진짜 나를 좋아한다고 생각하겠어”라고 말이다. 이때 원빈은 주저한다. 이유를 한 가지도 말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냥, 좋아”라고 풀 죽은 목소리로 말하는 원빈을 보며 송혜교는 느낀다. ‘저 사람이 진짜 나를 사랑하는구나’하고.

사랑에는 이유도, 조건도 없다. ‘무작정’ 좋다는 말이 정답일 것이다. 인연은 이렇게 드라마틱한 함정을 만들어 놓고 그 함정 너머에 행복을 숨겨 놓았다. 인연을 믿는가? 나는 믿는다. 누구든 인연이 닿아야 사랑도 하고, 결혼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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