듀오

바람 불어 좋은 날

‘바람부는 날이면 압구정동에 가야 한다’ 라는 유하의 시집을 읽은 기억이 난다. 바람이 많이 부는 날은, 센티맨탈해지기 쉽다. ‘캐럴의 톱날에 무더기로 벌목 당한 이 도시의 겨울이여’를 외치며, 가진 자들과 젖과 꿀이 무더기로 흐르는 압구정동의 하늘에 겨울나무의 혼을 뿌리고 싶어하는 시인 ‘유하’처럼, 이유없이 반항하고싶고, 끝없이 방황하고 싶어지게 만드는 날이기도 한다.

하지만 바람 부는 날의 첫 미팅만큼은 선뜻 나서고 싶지 않다. 여성들은 정성껏 매만진 헤어스타일이 구겨질까 봐 신경 쓰이고, 남자들은 숱이 적은 머리카락이 뒤집어질까 봐 내심 긴장이 된다.

하지만 이런 날에 오히려 당신의 매력이 100% 발휘될 수도 있다. 바람부는 날엔 분위기 있는 패션에 승부를 걸어봐도 괜찮다. 몸에 익은 바바리코트와 얇은 목도리로 개성을 한껏 연출해 보라. 그리고 바람이 분다고 눈살을 잔뜩 찌푸리고 투덜거리는 대신, 그 바람을 당당하게 맞으며 환히 웃는다면 당신의 매력이 더욱 돋보일 것이다. 아니면 단아한 찻집에서 커피를 사이에 두고 흔들리는 나무를 말없이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분위기는 만점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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