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성혼커플 중에 두 사람이 다 내가 담당하던 회원인 경우는 유독 기억에 남는다. 특히 고민을 많이 얘기하거나 교제 진행사항 등을 자주 연락해서 알려주는 회원들은 결혼 후에도 잘 사시는지 문득 문득 궁금해지기도 한다.
이재훈씨는 35살로 건축사 자격증을 가지고 건축사 사무소에 근무하는 점잖지만 자기 주관은 확실한 남성이었다. 외아들이 늦도록 결혼을 하지 않아 하루가 급한 그의 어머니는 자주 내게 전화를 걸어 하소연에 독촉을 하셨는데, 정작 당사자는 마음에 꼭 맞는 여자가 아니면 절대 두번 다시 만나보려고도 하지 않았다. 미팅을 한 상대 여성들은 그를 한두번이라도 더 만나보고 싶어 했지만, 한마디로 그는 눈이 아주 높았다.
그러던 어느날 신규회원인 홍연희씨가 날 찾아왔다. 미팅전에 한번 인사하고 싶어서라고 했다. 31살의 그녀는 썩 미인은 아니지만 여리고 깨끗한 이미지에 지적인 면도 보이는 여성이었다. 두 사람의 만남은 일주일쯤 뒤에 이루어졌고, 이재훈씨의 답은 예전과 달랐다. 더 만나보고 싶다는 거였다. 홍연희씨도 괜찮아 했고 두사람의 교제가 이루어졌다.
그런데 3달후 쯤부터 홍연희씨가 갈등을 하기 시작하면서 두사람의 관계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방송국에 근무하는 그녀는 일단 연봉면에서 남성보다 많았고 조금 더 능력있고, 조금 더 명문대 출신인 남성을 만나고 싶었는데, 첫 미팅에서 만난 이재훈씨를 결혼상대로 결정하기가 못내 억울한 모양이었다. 만나면 좋은데, 조건을 더 따지고 싶은 그런 이유 때문에 다시 나를 찾아와 다른 분을 한번만 더 진행해 달라는 것이었다.
결국 그녀의 갈등을 보다 못해 다른 미팅을 주선했는데, 조건은 더 좋지만 그녀에겐 맞지 않았었는지 다시 두 사람의 관계는 이어졌다.
이재훈씨 어머니도 그녀를 보시고는 이제야 아들이 마음을 잡고 결혼을 하려고 하니 너무 기쁘다며, 여자가 조금 약한게 흠이지만 곱더라며 좋아하셨다.
두사람이 곧 결혼날짜를 잡는 일만 남았구나 하고 안심할 무렵 홍연희씨가 또 전화를 했다. 아무래도 마음 정리가 필요해 한달동안 해외로 여행을 다녀와야겠단다.
그동안 이재훈씨 어머니는 "시간만 끌고 우리 아들 속태우는데, 이젠 너무 야속하고 밉네요. 예전에 예쁘게 보이던 얼굴도 너무 살이 없고, 귀도 못생기고 어디 복있게 생긴데라곤 없어요. 이젠 우리도 싫어요. 어디 다른 아가씨 없어요?"하셨다.
그런데 이재훈씨와 통화해 보면 다른 여성을 만나볼 생각이 전혀 없고, 연희씨의 마음을 잡을 수 있는 방법을 내게 묻는 것이었다. 왜 연희씨는 이런 재훈씨의 진실한 마음을 모르는 걸까 안타까웠다.
연희씨가 돌아올 무렵 조심스럽게 전화를 걸어 물어봤다.
"저 재훈씨랑 다시 만날거예요. 이젠 정리가 됐어요. 그 사람 참 좋은 사람인걸 이제야 알게 됐어요."
너무나 반가운 답을 듣고 나니 내코 끝이 다 찡해졌다.
부모님 상견례하시고 나서도, 결혼날 잡고 나서도 이재훈씨 어머니는 빠지지 않고 내게 고맙다는 인사를 하신다. 36살이 된 아들이 결혼한다는 사실이 너무나 감격이신 모양이다. 1년이 넘도록 아들속을 태운 연희씨를, 이젠 다시 신중하고 속 깊은 며느리감으로 생각하니 이쁘다고 하시며 웃으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