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정보회사에서 매니저 생활을 하기 전에도 사랑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은 사람들을 보면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뛰어나거나 편안한 외모, 밝은 표정, 친절한 말투, 어색하지 않은 매너, 어떤 자리에서나 중심이 될 수 있는 유머 등 그들이 가진 매력은 누구나 한번쯤 관심을 갖게 할 수 있는 요소들이었죠.
그런 편견 때문일까요? 흔히 사람들에게 인기 있는 요소의 반대되는 요소가 두드러지는 사람들을 보면, 연애의 기회가 많지 않았을 것이라고 무례한(?) 판단을 내리곤 했습니다.
뜨거운 여름이 지나고 한 남성분과 통화를 하게 되었습니다. 소리 없이 가입하시고, 얌전하신 그분은 통화하는 내내 저의 적극적인 질문에도 큰 반응이 없는 분이셨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 남성분이 여성분을 처음 만나면, 별로 말씀도 안 하시거나 못하실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듀오’ 에서 인연을 만나실 수 있을지 걱정이 되었습니다. 무엇보다 ‘듀오’ 에서의 만남은 다음 만남을 위해 첫인상이 제일 중요하니까요.
게다가 그 분은 종교가 같은 분만을 찾으셨습니다. 조건은 더 까다로워진 것입니다. 그래서 고민이 많았습니다. 다른 조건은 그 분과 너무 잘 맞을 것 같은데 종교만 다를 경우가 많아서 조심스럽게 추천해 보았지만, 그 분의 생각은 전혀 흔들림이 없었거든요.
그렇게 두 달 정도 지났을까요? 부산에 계신 여성분 쪽에서 먼저 이 남성분께 프로포즈를 하셨습니다. 아마도 서로 종교가 같고 이 남성분이 성실해 보이셔서 담당 매니저님께서 추천을 하신 것 같았습니다. 지속적인 만남이 되길 바라는 간절함 때문에 제 걱정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아침, 그분의 메일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내용은 그 여성분과 한번 만났다는 것과 더 만나겠으니 회원 활동을 보류해 달라는 요청이었습니다. 죄송한 얘기지만, 솔직히 큰 기대는 하지 않았습니다. 서울에서 부산이라는 먼 거리와 그 분의 조용한 스타일 때문이었습니다. 숫자적으로 적은 만남과 짧고 성의 없어 보이는 대화를 통해 지속적인 만남을 기대하는 것은 너무 꿈과 같았거든요.
그런데 한 달 정도 지나고 다시 온 그 남성분의 메일에는 탈회 가능 여부에 대한 문의와 그 이유에 대한 설명이 있었습니다. 바로 부산에 사시는 그 여성분과 결혼할 것 같다는 것이었습니다.
그저 ‘우와’ 라는 단어밖에 생각나지 않았고, 저는 급한 성격대로 바로 전화를 해서 여쭤보았습니다. 두 사람은 매주 KTX를 타고 부산과 서울을 오고 갔다고 합니다. 한 주는 남성분이 내려 가시고 다음 한 주는 여성분이 올라 오시고, 그렇게 서너 번 만나신 후, 결혼날짜를 합의하셨고 바로 상견례를 했으며 한 달 뒤의 결혼날짜까지 잡으셨다고 합니다. 초고속 열차 KTX를 타고 사랑도 초고속 결혼도 초고속으로 하게 된 것이죠. 저도 믿어지지 않았지만, 이건 실제상황입니다.
매니저 생활을 한지 오래 되었습니다. 그런데 아직까지도 그런 편견을 가졌던 것에 대해 조용히 반성도 하게 되었습니다. 조용한 성격에서 나오는 결단력과 추진력은 활발한 성격에 유머러스한 면모를 가진 그 어떤 인기남보다 열정적이고 행복한 결말을 맞이하게 된 거죠. 돌이켜 생각해 보니 제 주변에는 학부 때는 인기가 많았는데, 결혼 적령기가 되고 나서는 짝이 없어서 고생하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제가 왜 그 생각을 못했을까요?
그리고 ‘듀오’ 에서 만나도 우연히 길거리에서 한눈에 반했다는 남녀만큼 뜨거운 사랑이 가능하다는 것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아참! 그 남성분에게 전화했을 때 들은 얘기를 빼 먹었군요.
“ 정말 첫눈에 반한다는 게 어떤 건지 처음으로 알게 되었어요. 제 친구 녀석이 여자친구에게서 후광이 비추는 것을 보고는 바로 청혼했다고 했는데, 그게 뭔지 정말 제 눈으로 확인한 겁니다. 그게 거짓말이 아니더군요. 후광이 정말 비춘다니까요. 서울에서 부산까지 내려가는 동안 미치는 줄 알았습니다. 선생님, 그 설레는 마음은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 게 맞는 거죠? 몇 번 만난 것이 전부지만 전 확신합니다. 전 그녀가 너무 좋아요. 정말 너무 좋습니다. 하하하 ”
이건 그 남성분이 한 말씀의 일부입니다. 조용한 분이 아닌 거 같죠? 사랑 앞에선 성격도 금방 변하는 가 봅니다. 저도 통화 내내 그분의 빠르고 들떠 있는 말투에 정신이 없었거든요.
마지막으로 아직 미혼인 분들께 하나 얘기해도 될까요? 저희 회원님들 중에는 거리가 멀어서 만나기 싫다거나 30분 거리 안에 거주하는 사람으로 소개해 달라는 분들이 많습니다. 또, 어떤 특정 매력을 가진 사람을 고집하는 분들도 계세요. 그 때마다 전 이 남성분 얘기를 해 드리고 있습니다.
부디 어디에서 나타날지 모를 인연을 오지 못하게 먼저 막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네요. 사랑은 어느 날 갑자기 오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