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늘씬하고, 조건 좋고, 지방색 좋고, 종교 맞고, 학력이 맞는 사람을 원한다고 하더라도,
이 조건을 빼놓을 수는 없다.
바로 ‘내 부모님께 잘하는 사람’이다.
결혼해서 생기는 문제 중에 하나가 바로 네 부모, 내 부모 싸움이다.그러니 처가 식구에게도 살뜰한 남편, 시댁 식구에게도 헌신적인 아내라면, 그야말로 최상의 커플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사랑 때문에 부모와 등지고 사는 사람이 과연 행복할 수 있겠는가? 아니다.
적어도 우리 나라에서는 결코 아니다.
‘어머니와 부인이 동시에 물에 빠지면 누구를 먼저 구할 것인가?’라는 질문 앞에, 대다수의 남편들은 입을 다물어 버린다. 당연한 일이다.
그것처럼 결혼생활에 있어서도 부모와 아내에 대한 남편의 입장은 애매모호할 수밖에 없다.
부모님과 배우자는 선택할 수 있는 상대가 아니라 어떻게든 손잡고 나아가야 하는 동반자이기 때문이다. 내 몸의 양쪽 무게를 지탱해주는 저울이라고 표현해도 과언은 아닐 터.
그렇다면 좋은 배우자란?
상대방이 챙기기 전에 먼저 상대방의 부모에게 헌신적으로 잘하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180cm가 넘는 훤칠한 키에 수려한 용모, 부드러운 목소리에 매너까지 완벽하며, 명문대를 졸업하고 대기업에 다니는 프로필 좋은 남성 회원이 있었다. 그가 원했던 여성은 나이 차가 많이 나는 어린 여성이었다. 거기다 도회적인 분위기와 섹시함에 간드러 진 애교까지 겸비하면 더 좋겠다는 바람.
쉽지 않은 조건이었다.
어쨌든 회원이 원하는 상대를 찾기 위해 어려운 매칭 과정 을 거쳤고, 여러 명의 만남 상대를 추천했다. 그렇게 해서 한두 번의 교제도 이루어졌고, 가끔 행복하다는 메시지도 전달되곤 했다.
하지만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면 둘의 관계는 자꾸 뒤틀어지기만 할 뿐 원만하게 결혼이 성사되지 않았다.
이유가 뭘까? 사실 난 이미 알고 있었다.
그 남성 회원은 이상형을 바꿀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
좋은 점을 많이 가진 그였지만, 홀어머니를 모신 무녀독남 외아들이라는 것이 여성들에게, 특히 나이 가 어린 여성들의 마음에 들지 않았을 것이다.
아들이 마음에 들어 하는 여성을 그 어머니 또한 탐탁히 여기지 않은 것은 안 봐도 뻔한 일.
어느 날, 그 남성 회원은 왜 자신이 거듭 결혼까지 가지 못하는지 솔직한 관리자의 의견을 듣고 싶다며 물어왔다. 나는 앞서 지적했던 문제점에 대해서 다시 한번 솔직히 얘기를 했고, 원하는 나이보다 많고, 평범하지만 어머님을 잘 모실 만한 싹싹한 여성을 소개해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이에 그는 생각할 시간을 달라고 하고는 얼마 후 마음의 결정을 내린 듯 나에게 전화를 주었다.
“선생님께서 추천해 주는 여성 회원과 미팅을 하고 싶습니다.”
나는 비록 혼기가 찼지만 상냥하고 예의 바르며 솜씨 야무진 장점을 지닌 여성 회원을 소개해 드렸다.
미팅이 끝난 후 남성 회원은 ‘그녀에게는 이제껏 다른 여자에게서 느껴보지 못했던 편안함이 있다’는 소감을 전해왔다. 그 여성은 상대의 어머니에게 손수 과자를 구워 보내거나 수를 놓은 앞치마 등을 선물했고, 어머니께서도 그녀의 정성에 아주 흡족해하셨다.
몇 달이 흐른 어느 날, 나에게도 그녀가 손수 만들어 곱게 포장한 초콜릿이 전해졌다.
예쁜 분홍색 봉투에 담긴 청첩장과 함께.
부모님 때문에 굳이 현재 만나고 있는 애인을 바꿀 필요는 없다.
그럴 때에는 부모님을 설득하고 이해 시키는 쪽이 빠르다.
하지만 아직 운명적인 사랑을 만나지 못했다면, 미리 부모님이 원하는 며느리, 사윗감의 조건에 한번 쯤 귀 기울여볼 필요는 있겠다.
결혼이 나와 배우자 단 둘의 행복만을 위하는 것이 아닌 만큼 내가 조금 양보해서 부모님과 배우자 그리고 내가 모두 행복해질 수 있다면 나의 이상형을 조금 조절하는 게 현명한 선택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평화롭고 원만한 가정을 이룰 수 있는 선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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